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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모없는 전공은 없다

옥수슈 2018. 10. 11. 20:29
나는 디자인을 전공했다.

디자인은 디자인인데 내가 원하던 학과가 아니었다. 고등학생 시절 뒤늦게 시작한 디자인 입시에 열심히 그림만 그렸더니, 괜찮았던 성적이 아래로 곤두박질쳤다. 상향 지원한 학교들에선 가차없이 떨어지고, 하향 지원한 학교와 학과에 붙었다. 집안 형편상 재수를 할 수도 없었다.

어쩔수 없이 그 전공을 배우게 됐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적성에 꼭 맞았다. 언제부턴가 차석을 하고, 수석을 했다.
(학자금 대출을 받기 싫어서 과제와 공부만했다. 대학의 낭만, 무엇?)

그리고 졸업을 했다.
전공관련 회사에 입사할 수도 있었지만, 하고 싶은 일은 따로 있었다. 그래서 졸업하고 대략 6개월은 구직을 하며 백수생활을 했다. 이후 캐릭터 회사의 인턴으로 입사했지만, 나에게 주어진 업무는 상상해왔던 것과 달랐다. 혼란스러웠다.

인턴을 그만두고 국비지원 교육으로 영상을 공부했다. 이후 마케팅 분야에서 일하면서 경력이 쌓이고, 시간이 흘렀다. 하지만 하고 싶은 일은 늘 변함이 없었다. 2018년, 지금이 아니면 도전할 수 없겠다는 생각에 회사를 그만뒀다.

한때는 나의 전공이 쓸모없다고 생각했다. 동기들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쉬운 길을 놔두고 돌고 돌아 다른 일을 했다. 그런데 어느새 유망해 보이지 않던 그 분야가 인기 있는 분야로 급부상했다. 원데이클래스부터 리빙 제품까지 다양한 영역에서 우리의 일상에 스며들었다.

그저 하기 싫다는 색안경을 빼고 보니, 이 기술은 자신이 하고 싶은 일과 밀접한 관련이 있었다. 그리고 현재 전공을 접목한 아이템을 구상중이다.

주위를 둘러보니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현재 자신의 전공 관련 일을 하고 있지는 않지만, 어쩔 수 없이 했던 그 전공이 이제는 어떤 방면에서 쓸모있다고 이야기한다. 예를 들어 무역을 전공했더니 해외 출장을 갈 때 쓸모가 있고, 디자인을 전공했더니 뷰티 유튜브를 할 때 쓸모가 있다고 한다.

결국 자신이 그 경험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왕 자신의 인생의 몇 퍼센트를 할애한 전공을 잘 활용해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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